철학자 에피쿠로스는 흔히 쾌락주의의 원조로 통한다. 하지만 그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매우 금욕적인 삶을 살았다. 친구들과, 그리고 친구 같은 제자들 몇 명과 함께 '에피쿠로스의 정원'으로 불린 조그만 정원에서 행복하게 지냈다. 그들은 마른빵이 고작이었지만, 잔칫상처럼 생각하며 즐겼다고 한다. 저녁이 끝난 후 함께 춤도 추었다.
이 이야기를 듣고 왕이 에피쿠로스를 찾았다. 왕은 에피쿠로스가 퍽 호화롭고 사치스럽게 살 것으로 생각했다. 하지만 의외였다. 왕이 물었다. " '먹고 마시고 행복해라'는 무슨 뜻이오?" 에피쿠로스는 이렇게 답했다. "그대가 본 대로요. 그대가 행복하길 원한다면 단순해지시오. 그대가 복잡해지면 그대는 불행해지기 마련이오." 잠시후 왕이 다시 말했다. "나는 그대에게 선물을 좀 보내려하오. 무엇이 좋겠소?" 에피쿠로스는 생각하고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. "그대는 훌륭한 왕이고, 그대는 무엇이든 줄 수 있겠지만, 우리는 필요하지 않소. 꼭 그러고 싶다면, 약간의 소금과 버터나 보내시구려."
인간의 못말리는 욕망을 다룬 다른 예화가 있다. 고대 에피로스의 왕 피로스가 이탈리아 원정을 준비하면서 그 부하와 나눈 대화의 일부다. "왕이시여, 로마를 이긴 후에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?" "당연히 이탈리아를 정복해야지!" "그 후에는요?" " 시칠리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." "그러면 전쟁이 끝납니까?" " 물론 아니지. 그것은 보다 위대한 일들을 위한 전주곡에 불과할 뿐이야. 리비아가 남아 있고 카르타고도 그리 멀지 않으니 말이야. 그 모든 전투에서 승리한 후에는 더 이상 적이 남아 있지 않게 될 걸세." "분명 그렇겠지요. 그런데 그 후엔 무엇을 하지요?" "그 후에는 조용히 인생을 즐겨야지." "그렇다면 이곳에 그대로 머무르면서 그렇게 하면 안 되나요?"
행복이란 자기기만을 통해서가 아니라 바로 내가 행복하고 내가 웃을 수 있는 길 속에 있음을 일깨운다. 기지개는 커녕 숨 한 번 변변히 내쉬지 못하는 우리들이다. 행복을 즐겨야 할 시간은 지금이며 행복을 즐겨야 할 장소도 바로 여기 아니겠는가?
하지만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에프쿠로스같이 단순하게 사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. 단순하게 사는 그 자체야말로 현실과의 간단하지 않은 투쟁을 요구한다. 그렇다고 하더라도 투쟁은 거대한 이념과 성능 좋은 무기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. 획일적으로 관리되는 사회에 쉽게 동화되지 않으려는 개개인의 몸부림 역시 중요하다. 물질적 쾌락과 행복이 연관성이 없다는 사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에서 행복지수가 더 높다는 것에서도 입증됐다.
현실에 갇혀버릴 때 정신은 노예 상태가 된다. 세상은 공평하지 못하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 있다고 한다. 바로 '오늘'이다. 당장 오늘 기지개 한번 쭉 펴보고, 숨 한 번 크게 내쉬어 보자. 그리고는 단순하게 사는 방법을 하나하나씩 깨우쳐보는 것도 행복하게 사는 것일 게다.